'믿고 맡긴다'는 의미의 오마카세(おまかせ)는 주로 일식에서 많이 사용되는 용어입니다. 손님이 오마카세로 주문을 한다는 것은 셰프에 대한 전적인 신뢰의 표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요즘에는 프라이빗한 공간에서 한우를 오마카세로 선보이는 곳들이 늘어나고 있는데요. 한우 오마카세의 특징은 한우를 주인공으로 재료보다는 요리를 앞세운다는 점에 있습니다. 대표적인 한우 오마카세 전문점 두 곳을 소개합니다. 반상으로 즐기는 한우, 꿰뚫 최근 한우 오마카세 전문점이 늘어나고 있죠? 꿰뚫도 그 중 하나입니다. 꿰뚫은 건조숙성한 한우암소와 제철 음식을 코스로 선보이는 곳으로 밍글스 출신의 강민성 셰프님이 이끌고 있는데요. 모든 테이블이 룸으로 되어 있어 프라이빗한 모임 장소로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꿰뚫에서는 점심에 한해 '꿰뚫 반상'을 선보이고 있는데요. 간단한 전채요리와 한우 암소갈비를 메인으로 하는 반상, 차와 후식의 구성입니다. 전채로는 숙성 육포와 한우 족편, 밤 타락죽이 나왔습니다. 저는 특히 김부각 위에 올린 한우 족편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한우족편은 우족을 각종 채소와 향신료를 넣어 삶은 뒤 비계와 살을 분리해 사태수육과 함께 육수에 넣고 굳혔다 녹이는 과정을 반복해야 완성된다고 합니다. 만드는 시간만 3일 이상이 걸리는 만큼 그야말로 정성이 느껴지는 맛이었습니다. 다음으로 반상이 이어지는데요. 대추간장에 재운 한우 암소 꽃갈비에 네 가지 반찬, 조선향미로 지은 밥과 들깨양지탕이 함께 나옵니다. 윤기 자르르 흐르는 밥 위에 갈비를 올려 먹는 맛은 무슨 설명이 필요할까요. 점심에 누릴 수 있는 최고의 호사가 아닐까 싶습니다. 반찬 하나하나에서도 정갈함이 느껴졌습니다. 천리장에 무친 비름나물은 고기만큼 맛있더라고요. 양념이 강하지 않아 채소 자체의 맛과 식감에 더욱 집중할 수 있게 되더군요. 들깨 양지탕은 잘게 찢은 양지가 푸짐하게 들어 있어서 여기에 밥만 말아 먹어도 든든한 한 끼로 충분할 것 같았습니다. 무화과 증편과 홍차로 식사를 마무리하니 정말 한 끼 잘 먹었다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다음에는 저녁에 방문해 한우 오마카세를 경험해봐야겠습니다. 보다 진화된 형태의 한우 오마카세, RIPE 금고의 문을 열고 들어가면 비현실적인 공간이 펼쳐집니다. 높은 층고와 벽면을 장식한 금고 손잡이 모형, 보석처럼 반짝이는 샹들리에까지 인테리어가 주는 압도감이 정말 대단하더군요. 요즘 한우 오마카세를 전문으로 하는 곳들이 많지만 RIPE는 보다 진화된 형태의 한우 오마카세를 보여줍니다. 저희는 바 테이블에서 파인다이닝 코스를 즐겼습니다. 다양한 한우 부위를 포함한 총 17가지 디시로 구성되어 있는데요. 코스의 완성도와 전체적인 밸런스가 돋보였습니다. 한우가 주인공인 곳이지만 에피타이저와 디저트도 인상적이었는데요. 특히 남양주 농장에서 따온 채소들과 직접 만든 리코타 치즈, 토마토 에센스 겔이 어우러진 에피타이저는 고기 못지 않은 존재감을 보여주었습니다. 김호윤 셰프님은 한우 각 부위에 맞는 두께와 조리법을 연구해 맛을 최고로 끌어 올리는데요. 벽면의 차콜 그릴 화덕은 숯 오븐과 피자 화덕의 장점을 섞어 별도로 제작했다고 합니다. 볏짚 훈연을 위한 통도 마찬가지고요. 모퉁이우의 최상급 고기에 김호윤 셰프님의 섬세한 조리가 더해지니 그 맛은 무슨 설명이 필요할까요? 특히 트러플 슬라이스를 올린 채끝등심구이는 입안 가득 채우는 풍부한 육즙과 한우 특유의 감칠맛이 어우러져 궁극의 한 점이라는 표현이 아깝지 않았습니다. 샤토브리앙으로 만든 가츠샌드는 감동 그 자체였고요. 일본풍 가츠샌드와는 또 다른 매력이 있더군요. 식사로는 전갱이 솥밥과 나주곰탕이 나오는데요. 먼저 나온 상등심 불고리를 조금 남겨 두었다가 밥과 함께 곁들여 먹기를 추천합니다. 식사를 마무리하는 디저트도 인상적이었는데요. 뭔가 익숙한 맛이다 싶었는데 스크류바와 구구콘을 고급스러운 느낌으로 풀어낸 것이라고 합니다. 한우의 맛은 말할 것도 없고 코스 처음부터 끝까지 셰프님이 세심하게 신경 쓴 흔적이 느껴져 더욱 만족스러웠던 식사였습니다.